“발달장애인 참사 멈춰라” 뜨거운 아스팔트 위 몸 던진 발달장애 부모들
서울, 경기, 제주 등 15개 광역시도 전국순회 오체투지 투쟁 마무리
'발달장애인 건강생명권 보장, 사각지대 없는 지원체계 구축' 등 요구
백민 기자 입력 2024.06.27 13:50 수정 2024.06.27 15:33
‘발달장애인 참사의 사슬을 끊어라’며 전국적으로 전개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오체투지가 서울에서 그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지난 5월 28일 제주특별자치도를 시작으로 경남, 울산, 부산, 경북, 대구, 전남, 충북 등 전국 15개 광역시도를 순회하며 오체투지를 벌여왔다.
27일 오전 10시 30분 정부서울청사에 모인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서울시청을 향해 마지막으로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 몸을 던졌다.
지난해 12월 추운 겨울, 전국 11개 광역시도를 돌며 오체투지를 벌였던 발달장애 부모들이 이 뜨거운 여름 다시 한 번 아스팔트에 몸을 엎드린 이유는 끊어지지 않고 반복되는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를 멈추게 해달라는 처절한 목소리를 전하기 위함이다.
지난달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 참사를 기리기 위해 부모연대는 추모식을 열고 국회 앞에 49재를 위한 분향소를 설치했다. 또한 청주 일가족의 평안한 영면을 기원하며 전국적으로 추모식을 연 바 있다.
올해만 해도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 참사를 비롯해 서울과 경남에서 총 3건의 발달장애인 가정 참사가 발생했다. 또한 2022년에는 언론을 통해 발달장애인 참사가 10건이, 2023년에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이 10건이 보도됐다.
발달장애인의 생명을 보호하는 정책과 지원체계가 부족한 현실에서 쓰러져간 이들의 죽음을 개별 가정의 사적인 일로 치부할 수 없기에 이러한 발달장애인 가정의 참사는 명백한 사회적 참사라고 부모연대는 외치고 있다.
이날 오체투지 현장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힘 나경원·최보윤 의원, 더불어민주당 고민정·남인순·박주민·박홍근 의원,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이 참석했다.
나경원 의원은 “우리 아이 7살 때 학교 입학을 시키려니 학교장이 하는 말이 ‘장애아이를 어따대고 데리고 왔냐’고 했다. 교육청에 이런 차별적인 학교 반드시 징계해달라고 편지도 쓰고 전화도 했지만 바뀌는게 없었다.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조금 움직였다. 그때 힘없는 사람은 외쳐봤자 바뀌는게 없구나, 정치가 매우 중요하구나를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들어가면서 약한 사람들이 소리 지르지 않아도 법과 제도가 보장되는 나라를 위해 애쓰고자 했다. 그렇기에 이렇게 부모님들이 아스팔트 바닥에 오체투지를 하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죄송한 마음 뿐”이라며 “앞으로 여러분들의 뜻을 담는 정치인으로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은 “기획재정부는 재정을 통해 국민의 삶을 살피는 부처다. 많은 분들께서 발달장애인과 관련되 숙제를 주셨는데 눈에 차게 풀어내지 못해 늘 죄송했고 그 미안함에 이 자리에 왔다. 이번 국회는 정말로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전했다.
아울러 “향후 예산과 법안을 만들어나가는데 있어 말씀해 주시는 발달장애인의 주거생활 서비스 등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서 노력해 나가겠다”면서 “부모님들의 이 싸움이 헛되지 않고 사회적 타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11시 30분경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작된 발달장애 부모들의 오체투지는 광화문교차로와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 서울시청에 도착하고나서야 마무리됐다.
부모연대 서울지부 김종옥 부대표는 “더 이상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신을 죽이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발달장애인 가족들도 이 땅에서 살게 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참사가 발생하고 있고 발달장애인 청년은 팔을 다쳐 피를 뚝뚝 흘리는데도 도전행동으로 인해 27군데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하는 것이 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2018년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2022년에는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삭발을 했지만 세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 행하는 오체투지처럼 무너지듯 엎드렸다가 마음으로 일어설 것이다. 끊임없는 마음으로 가열차게 투쟁할 것”이라고 외쳤다.
부모연대 서울지부 김남연 대표는 “지난달 제주에서 시작한 오체투지가 드디어 서울까지 왔다. 총 15번의 오체투지 중 12번을 참석했는데 지방에 갈 때 마다 지역에서 발생했던 참사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문제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일어난 것 같다. 제22대 국회에서는 발달장애인 관련 법안들이 통고됐으면 좋겠다”면서 “전국순회 오체투지는 오늘로 마무리되지만 우리의 투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들은 ▲발달장애인 건강생명권 보장 ▲발달장애인 사회적참사 진상조사위 구성 ▲발달장애인 행정전수조사 실시 ▲사회적 고립에 처한 발달장애인 가정 구출 ▲사각지대 없는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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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 기자 bmin@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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