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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사회적 모델 실현 위한 호주·독일의 법적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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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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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국가장애보험·독일 장애인평등법’ 등 제도적 방안
‘장애의 인권적 모델’ 법·제도에 반영 시 어려움 발생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UN CRPD)는 우리나라의 장애 개념이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을 포함하지 못함을 우려하며 인권적 모델 하에 모든 장애인이 차별 없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적 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권적 모델의 장애 개념은 개인의 기능적 제약보다는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과정 자체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기에 법과 제도에 반영할 때 어려움이 발생하는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장애인개발원 KoDDISSUE에 게재된 ‘장애의 사회적 모델 제도화 방안’에서는 UN CRPD를 비준한 호주와 독일을 중심으로 이들이 어떻게 법과 제도적 틀 안에서 장애의 사회적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는지 소개하고 있다.

‘장애의 인권적 모델’ 법·제도에 반영 시 한계

지난 2022년 9월 UN CRPD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 개념 등이 협약에 완전히 부합하지 못하고 있음을 우려하며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을 포함하도록 국내법과 제도를 검토하는 것을 권고했다.

특히 장애의 인권적 모델의 원칙을 강조해 특정 유형의 장애에 대한 배제 없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체계 마련 및 제도화에 대해 언급했다.

UN CRPD에서 강조하고 있는 인권적 모델 하에 장애는 개인이 가진 신체적, 정신적 손상보다는 손상에 따른 사회적 제약이나 장벽을 의미하며 이는 장애의 사회적 모델과 연결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 개념은 개인의 기능적 제약보다는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과정 자체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기 때문에 이를 법과 제도에 반영할 때에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개인의 손상에 대한 부분을 간과할 우려가 있고 장애를 사회적 억압으로만 개념화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장애가 가진 특성과 장애인에 대한 처우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의 사회적 모델 실현 위한 호주의 장애인차별금지법·국가장애보험

호주는 장애의 사회적 모델을 실현하기 위한 법적 조치들이 존재한다. 먼저 인권적 기반 접근으로 1992년에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장애를 이유로 직간접적인 차별이 발생할 때 호주의 인권위원회에서 이를 조사하고 시정할 수 있는 역할을 명시했다.

또한 고용·교육·재화 및 시설에의 접근·경제권 행사·단체 가입 등 공공과 민간 부문의 모든 영역을 명시해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저해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호주는 모든 수급자에게 동등한 접근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국가장애보험에서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령과 거주, 장애 요건을 충족한 경우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연령과 거주요건 이외에 장애와 일상생활 능력, 서비스 필요도 등을 통해 서비스 신청 조건을 판단하고 있다.

특히 영구적이거나 영구적일 가능성이 있는 손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서비스 수급대상이 된다는 점을 규정했고 이러한 장애 요건은 국가장애보험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하나 이상의 지적, 인지, 신경, 감각 또는 신체적 손상으로 인한 장애가 있거나 심리사회적 손상으로 인한 장애가 하나 이상 있는 경우, 하나의 손상 또는 두 개 이상의 손상이 영구적이거나 영구적일 가능성이 있는 경우, 손상으로 인해 다음 중 하나 이상의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 현저히 저하되는 경우, 하나의 손상 또는 두 개 이상의 손상이 개인의 사회적 또는 경제적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등이다.

이처럼 호주는 장애인차별금지법와 국가장애보험을 통해 장애의 사회적 모델을 실현하고자 했고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보장하고 장애의 개념에서 손상과 장애를 구분해 접근하고 있다.

‘건강 기능뿐 아니라 사회참여까지 고려’ 독일의 장애 개념

독일은 사회법전 9권과 장애인평등법에 명시된 장애 정의에 대한 내용을 통해 사회적 모델 실현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해당 법에서 사용하고 있는 장애 개념은 건강 기능에서의 손상뿐만 아니라 사회참여까지 고려하고 있다.

사회법전 9권과 장애인평등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장애인의 정의에는 공통적으로 ‘사회에 동등하게 참여가 어려운 자’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는 신체적·정신적 등의 손상으로 인해 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장애인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애 개념은 의학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을 통합한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의 생체심리 사회적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는 사람에 대한 분류가 아니라 개인의 생활과 환경적 영향의 배경 내에서 사람들의 건강 특성을 분류하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개인의 건강특성과 사회적 환경과 같은 배경요인 사이의 상호작용이 장애를 초래하므로 개인을 손상, 활동 또는 참여 제한만으로 축소하거나 특징지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에서는 ‘정신 장애인’ 대신 ‘학습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사용한다.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는 건강상태 또는 장애 용어를 사용해 사람을 지칭하는 것을 피하고 용어가 긍정적이지 않다면 중립적이고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원칙을 준수한다.

기능적 손상뿐 아닌 사회참여 어려움 고려한 ‘장애등록’ 필요

호주와 독일의 사례를 통해 장애 개념에 대해 살펴본 결과, 먼저 장애와 손상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사회적 모델에서 장애는 ‘손상’과 ‘장애’로 이원적으로 정의되고 손상은 주어진 사실이며 장애는 사회의 잘못으로부터 발생하는 억압으로 본다. 손상은 개인의 건강과 관련한 기능적 제약을, 장애는 사회적 장벽이나 사회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개인의 손상과는 별개로 장애에 미치는 영향은 그 사회의 제도나 환경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장애는 신체적·정신적·지적·감각적 손상에 대한 유무와 그 정도가 아니라 이로 인해 일상생활 및 사회참여에 어려움을 겪을 때 발생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내법에서는 장애가 손상과 혼용돼 사용되고 있으므로 이를 위한 구분이 필요하다.

또한 장애등록과 심사 과정에서 의료적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개인의 신체적·정신적·정서적의 기능적 손상과 사회적 참여에 어려움을 구분하고 있으며 개인과 사회와의 상호작용에 따른 결과로서 장애를 인식하고 있다.

의료적인 관점에서는 장애를 개인의 질병, 외상 등의 문제로 판단하기 때문에 치료 또는 개인의 적응이 주요 목적이 된다. 사회적 모델의 경우에는 장애를 사회적 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과정 그 자체로 보기 때문에 환경을 개선하고 사회적 변화에 초점을 둔다.

국내 장애 등록과 심사 과정에는 의료기관의 진단을 중심으로 진행되므로 의료기관 전문 의사에만 판단을 의존할 여지가 크다. 하지만 사회적 모델에서는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에서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진단명과 질병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개인의 기능과 역량에 초점을 두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WHO의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를 살펴보고 국내 장애 진단 및 등록 과정에의 적용 가능성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백민 기자 - 장애의 사회적 모델 실현 위한 호주·독일의 법적 체계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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